“집 문에 최고급 도어락을 달아놓고 정작 열쇠는 화분 밑에 숨겨둔다면 무슨 소용일까요?”
사이버 공격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최수헌 우티마코 코리아 지사장이 기업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아무리 방화벽과 탐지 솔루션을 겹겹이 쌓아도, 데이터를 풀어낼 ‘암호키’ 관리가 허술하면 모든 보안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데이터 보호의 최후 보루인 하드웨어 보안 모듈(HSM: Hardware Security Module) 시장을 선도해 온 글로벌 보안 기업 우티마코(Utimaco)가 한국 지사 설립과 SK쉴더스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계기로 국내 시장 공략의 고삐를 죄고 있다.
출처 : 보안뉴스 (https://www.boannews.com)
우티마코는 아직 국내 보안 시장에서 생소한 기업이다. 그러나 1984년 독일에서 시작된 우티마코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 40여년간 HSM과 키 관리 분야에만 공을 들여온 베테랑 기업이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투자와 기업 인수, 기술 개발을 거치며 현재는 전 세계 40여개국, 1000곳이 넘는 글로벌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시스코 코리아와 트렐릭스 코리아를 거쳐 지난해 말 우티마코 코리아의 초대 수장으로 부임한 최수헌 지사장은 “한국 지사를 설립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국내에서는 낯설 수 있지만, HSM과 키 관리 분야에서만큼은 오랜 전통과 명확한 전문성을 가진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CBDC 사업으로 증명한 성능, 국내 시장 진출의 계기가 되다
우티마코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데에는 특별한 모멘텀이 있었다. 지난 2023년 한국은행이 주도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시범 서비스 사업이 그 계기다. 당시 SI 기업이 HSM 공급사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우티마코 제품이 압도적인 성능을 보이며 최종 채택됐다.
“한국은행이 요구하는 성능 기준에서 저희 제품이 RSA 2048비트 기준으로 경쟁사 대비 4배 가까이 뛰어난 성능을 보였습니다. 대량의 트랜잭션이 발생하는 디지털화폐 서비스 특성상, 고객이 저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최 지사장의 설명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력을 입증한 우티마코는 한국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어 토큰증권(STO)과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국내 디지털 자산 시장의 성장세와 양자내성암호(PQC) 도입에 대한 열기를 확신하고 2025년 11월, 우티마코의 13번째 글로벌 지사로 한국 지사를 정식 설립했다.
보안이 뚫려도 암호는 새어나가지 않도록
최근 보안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AI와 클라우드 확산에 따른 공격의 지능화다. 최 지사장은 “정상적인 트래픽으로 위장한 채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게 잠복했다가 공격을 실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EDR이나 NDR, XDR 등 기존 탐지 중심 솔루션만으로는 이런 지능화된 공격을 100% 막아내기 어렵게 됐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대형 침해 사고를 분석해 보면 1차적으로 계정을 탈취한 뒤, 소홀하게 관리된 암호키를 확보해 데이터를 유출하거나 통제권을 상실하는 패턴이 대부분입니다. 공격자가 내부망에 침투하더라도 핵심 데이터가 암호화돼 있고 그 키가 하드웨어 보안 영역에 격리돼 있다면 유출된 데이터는 무용지물이 됩니다.” 결국 관건은 암호키의 관리와 격리다.
우티마코는 데이터베이스(DB) 내 구조화된 데이터는 물론 비정형 데이터까지 포함하는 통합 키 관리 환경을 제공하며, 최상위 마스터 키를 FIPS 140-2/3 Level 3 검증을 받은 HSM 내부 안전 영역에 격리해 외부 유출을 차단한다. 나아가 OASIS KMIP 표준 및 RESTful API 기반의 ESKM 솔루션을 통해 온프레미스와 멀티 클라우드 전반의 키 통제권을 중앙에서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
AT1000 Payment HSM: 결제 생태계를 보호하고 은행 간 통신, 사용자 및 카드 인증, 대면 및 원격 결제 거래 시사용자 데이터를 보호한다. [출처: 우티마코]
Enterprise Secure Key Manager: 모든 암호화 키에 대한 하나의 단일 창으로 제공하며, 하드웨어 어플라이언스 및 가상 버전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출처: 우티마코]
General Purpose HSM Se-Series: 보급형부터 고급형까지 모든 모델은 향후 양자암호화 이후를 대비해 설계됐으며, FIPS 140-2 레벨 3 인증을 받았다. [출처: 우티마코]
PQC와 AI 시대, ‘키 주권’(HYOK)을 확보하라
양자컴퓨팅 시대의 도래와 AI 확산 역시 암호키 관리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최 지사장은 공격자들이 당장 복호화하지 못하는 암호화 데이터를 미리 수집한 뒤 향후 양자컴퓨터로 해독하려는 ‘HNDL’(Harvest Now, Decrypt Later) 위협을 경고하며 PQC 전환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우티마코의 HSM은 하드웨어 교체 없이 펌웨어 업그레이드만으로 ML-KEM 등 PQC 알고리즘을 지원할 수 있어 기업이 막대한 인프라 교체 비용 없이 유연하게 미래 위협에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기업들이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를 도입할 때 우려하는 데이터 통제권 문제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최 지사장은 “클라우드 AI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암호화에 사용되는 키만큼은 온프레미스 HSM 환경에서 직접 통제하려는 ‘키 주권’(HYOK: Hold Your Own Key)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우티마코의 아키텍처는 주요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와 완벽히 연동돼 안전한 AI 활용과 데이터 주권 확보를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고 밝혔다.
SK쉴더스와 국내 시장 공략 속도 낸다
우티마코는 고도화되는 국내 시장 저변을 빠르게 확대하기 위해 국내 대표 보안 기업인 SK쉴더스와 손을 잡았다. SK쉴더스는 국내외 다양한 솔루션으로 최적화된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며, 글로벌 보안 제조사와의 채널 파트너십 역량이 뛰어난 기업으로 꼽힌다.
SK쉴더스는 우티마코의 국내 독점 총판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자사의 보안 관제 및 침해대응 서비스와 우티마코의 HSM을 결합한 ‘HSM 기반 맞춤형 보안 서비스’를 공동 개발해 시장에 선보인다. 양사는 CBDC 및 STO 등 디지털 가상자산 영역은 물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과 망분리 규제 완화 이슈로 신규 암호화 및 원격 서명 수요가 발생하는 공공, 금융, 대기업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우티마코 코리아의 단기 목표는 국내 시장에서 우티마코의 브랜드 인지도와 HSM의 필요성을 적극 알리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사이버 보안을 바라보는 고객들의 인식 자체를 ‘탐지’ 중심에서 ‘키 관리’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최수헌 지사장은 “AI가 공격과 방어를 모두 주도하는 시대에는 100% 침해를 막아낸다는 완벽주의보다 뚫리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보안 전략이 필수적”이라며 “기업들이 완벽한 암호키 주권을 확보하여 핵심 자산을 지켜낼 수 있도록 한국 시장에서 기술적 교두보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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